늦은 저녁, 채비를 하고 산책길을 나섰다. 비가 왔던 것일까. 바닥은 젖어있고 공기는 꽤나 상쾌하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으로 가서 마스크를 조금 내려 밤공기를 한껏 들이마셔본다. 습하기도 하고, 제법 쌀쌀해진 기운이 코를 통과해 가슴속 저기 아래까지 닿는다. 저기 저 멀리 경비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인다. 낙엽을 쓸고 계신 모양이다. 몇 시간 전에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비가 나무를 흔든 것이 분명하다. 인도에는 온통 갈색 잎들도 뒤덮어져 있다. 쌓여있는 낙엽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내가 해결하지 못 했던 고민과 걱정의 더미인 것만 같았다. 어떠한 일로 인해,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여버린 그것들은 가슴속의 자리를 전부 잠식한 것 같은 느낌이다. 가을이 되면, 마른 잎들은 순서대로 떨어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