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에세이 8

사색 하며 걷기 운동하는 밤 (ft. 걷기 어플 캐시워크와 빅워크 활용하기)

매일 밤 나는 걷는다. 2년 전 문득 허리 통증이 심해져 다리 뒤쪽까지 뻗어지며 일주일을 아팠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 한 심한 통증이었다. 그렇게 동네 정형외과를 거쳐, 종합 병원까지 가게 되었다. 다행히 디스크가 튀어나온 것은 아니었고, 인대가 살짝 찢어진 것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할 것을 권하셨다. 그렇게 걷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매일 저녁 이른 식사를 마치고, 운동할 채비를 차린 후 걷기 시작한다. 내가 정한 동네 코스가 있는데, 흡연자들, 술 취한 사람들이 없는 순수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만 있는 길이다. 한 코스에 15분 남짓. 보통 4바퀴 정도 걷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5바퀴도 걷는다. 4바퀴일 때 6천보~7천보 사이가 체크되고, 5바퀴를 돌면 8 천보 가까이 ..

처서 (處暑), 그 지나가는 아쉬움에 대하여

' 여름이 가고 있다. ' 섭씨 35도를 웃돌며 숨쉬기도 어려운 여름날이 어느새 가을에게 자리를 내 준 느낌이다. 그래서 문득 달력을 보니, 8월 23일 '처서'라고 적혀 있었다. 처서? 처서가 무슨 날이었더라? 처서의 뜻을 찾아보고자, 급히 인터넷을 찾아본다. '곳 처, 더울 서' 처서 (處暑)란?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태양이 황경 150도에 달한 시점으로, 양력 8월 23일 무렵, 음력 7월 15일 무렵 이후에 든다. 24절기 중 14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임. 어제가 처서였구나! 그래서 이렇게 선선해졌나 보네. 처서가 겨우 하루 지난 오늘인데, 반팔을 입고 나간 외출에서 카디건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더울 줄 ..

12월 12일 글쓰기 <빗소리가 듣고 싶어서>

오랜 만에 일기예보에 나오는 비 소식. 정말 비가 오려나? 하루 종일 우울한 회색 빛의 하늘은 금방 비를 쏟아낼 기세였던 것 같은데, 결국 비는 내리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책가방 속에 항상 우산을 넣어 다녔다. 엄마는 집에 계셨지만, 비가 오는 그 때 마중나오지 못 할 것에 대한 대비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비가 오는 날에 엄마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대학 시절 함께 수업을 듣던 친한 친구는 비가 오는 날이면 수업을 땡땡이쳤다. 비가 오는 날은 그녀가 결석을 하는 날이었다. “오늘 학교 안 와?” “응, 비가 와서...” 성인이 되어 좋아했던 그 사람과 광안리 바닷가의 창이 커다란 까페에서 함께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부산이 낯선 나에게 기꺼이 창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를 내게 양보했던 ..

연꽃의 에세이 2020.12.13

12월 9일 글쓰기 <해질녘>

뉘엿뉘엿. 나는 뉘엿뉘엿이라는 단어가 가진 느낌이 좋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 하루의 고단함를 잠시 접어두고 집에 갈 시간.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시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이 지난 노래가 이토록 감성적인 시간. 지금이 바로 그런 시간이다. 오전 6시와 오후 6시의 공기는 확연히 다르다.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이른 아침. 덜 깬 잠을 커피로 쫓아야 하는 시간. 오전 6시. 힘들게 보낸 하루의 끝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퇴근 시간. 노트를 덮을 시간. 오후 6시. 오늘따라 해는 눈이 부시도록 벌겋다. 눈을 비비고서야 쳐다볼 수 있을 만큼. 폭발하듯이 열을 내는 주황의 빛깔은 정오의 노란 해와는 사뭇 다르다. 나는 오후 6시의 해와, 오후 6시의 시간이 좋다. 마음은 차분해졌..

연꽃의 에세이 2020.12.09

12월 2일 글쓰기 <슬픔을 보는 방법>

시력이 많이 안 좋은 나는 꽤 오랜 기간 콘택트렌즈를 사용해 왔다. 오래 낀 만큼 렌즈 사용에 실수는 없지만, 아주 가끔은 특별하게 이상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렌즈가 눈에서 빠지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어느 날 밤인가, 꽤 늦은 시각 버스를 타고 귀가를 하던 중이었다. 눈동자를 돌리던 찰나, 왼쪽 눈에서 렌즈가 튀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투명한 렌즈를 버스 바닥에서 찾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나는 금세 렌즈 찾기를 포기했다. 한쪽 눈은 선명학게 보인 채로. 다른 쪽 눈은 희미하게 보인 채로. 얼마 간의 시간을 달린다. 이제 어지러워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마저 렌즈를 빼자. 집까지 가는 동안 버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집중한다. 창문 밖의 밤 풍경을 내 희미한 두 눈으로 바라본다. 빨강, ..

연꽃의 에세이 2020.12.02

11월 9일 글쓰기 <노을>

하루 종일 애를 쓴 태양은 이제 밤에게 자리를 내어 줄 시간이다.폭발하듯 쨍쨍하던 에너지는 점점 사그라들고, 이네 오렌지 빛으로 하늘을 서서히 물들인다. 수고로이 하루를 보내고, 찬란하게 떠나는 마음. 편안히 잠들고 따뜻한 휴식을 가질 시간.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멈춰 서서 보게 되는 하늘. 오늘도 수고했다고, 오늘도 고생 많았다고,그렇게 건네받는 위로같은 풍경.

연꽃의 에세이 2020.11.09

11월 9일 글쓰기 <걷기>

걷기 올해 여름은 꽤나 시원했다. 봄이 막 지나고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나는, 문득 더 이상 운동을 미루지 않기로 다짐했다. 편안한 추리님 바지와, 느슨한 티셔츠를 걸쳐 입고 집 밖으로 나셨다. 아, 몇 해 전 사두었던, 새 것 그대로인 러닝화도 꺼내 신었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밖은 여전히 환하다. 딱히 정한 코스가 없어 동네 한 바퀴를 일단 걸어보기로 한다. 첫날, 네 바퀴를 걸었다. 나는 몸이 아플 때나 특별한 약속이 있지 않는 한은 매일 한 시간씩 걷기 시작했다. 사실 첫날은 그저 산책 정도였다. 걷기 싫었지만, 그런 마음을 억누르며 걸었다. 그렇게 한 바퀴, 두 바퀴.... 마침내 다섯 바퀴까지... 꾸준하게 걷고 또 걸었다. 꽤 오래전의 나는 별을 보고 출근했다가, 달을 보고 퇴근했다. 각박하고 ..

연꽃의 에세이 2020.11.09

11월 9일 글쓰기 <아버지의 삶>

아버지의 삶 매일 저녁 동네 입구에 찾아오는 작은 트럭을 가진 두부 장사 아저씨는 오늘도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저씨를 두부 장수라고 부르지만. 아저씨는 두부만 파는 것은 아니다. 콩물도 팔고, 두부 스낵도 팔고, 콩과 들기름도 있다. 아저씨를 찾아오는 손님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아저씨는 가지런한 물건들을 다시 한번 정렬하고, 또다시 가다듬는다. 잘 정돈된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대형슈퍼가 편한 사람들에게 이 작은 트럭을 찾는 일이 되려 익숙하지 않은가 보다 그저 아저씨를 찾는 경우라면, 깜빡했던 두부를 퇴근길에 살 때가 아닐까. 개시한 지 몇 시간 만에 손님이 찾아왔다. 아저씨는 누구보다 밝은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두부장사 아저씨의 머리는 하얗게 샜다. 오늘은 얼만큼 팔..

연꽃의 에세이 2020.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