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에세이

12월 9일 글쓰기 <해질녘>

연꽃의 집 2020. 12. 9. 16:55
반응형

<해질녘>


뉘엿뉘엿.
나는 뉘엿뉘엿이라는 단어가 가진 느낌이 좋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
하루의 고단함를 잠시 접어두고 집에 갈 시간.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시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이 지난 노래가 이토록 감성적인 시간.
지금이 바로 그런 시간이다.

오전 6시와 오후 6시의 공기는 확연히 다르다.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이른 아침. 덜 깬 잠을 커피로 쫓아야 하는 시간. 오전 6시.
힘들게 보낸 하루의 끝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퇴근 시간. 노트를 덮을 시간. 오후 6시.

오늘따라 해는 눈이 부시도록 벌겋다. 눈을 비비고서야 쳐다볼 수 있을 만큼.
폭발하듯이 열을 내는 주황의 빛깔은 정오의 노란 해와는 사뭇 다르다.
나는 오후 6시의 해와, 오후 6시의 시간이 좋다.
마음은 차분해졌고, 너그러워졌으며, 몸은 노곤해졌다.
오늘 하루 잘못 투성이인 못난 나를 토닥여주는 왠지 모를 울음이 나는 해질녘의 나만의 시간.


해질녘의 풍경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