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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올해 여름은 꽤나 시원했다. 봄이 막 지나고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나는, 문득 더 이상 운동을 미루지 않기로 다짐했다. 편안한 추리님 바지와, 느슨한 티셔츠를 걸쳐 입고 집 밖으로 나셨다. 아, 몇 해 전 사두었던, 새 것 그대로인 러닝화도 꺼내 신었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밖은 여전히 환하다. 딱히 정한 코스가 없어 동네 한 바퀴를 일단 걸어보기로 한다.
첫날, 네 바퀴를 걸었다.
나는 몸이 아플 때나 특별한 약속이 있지 않는 한은 매일 한 시간씩 걷기 시작했다. 사실 첫날은 그저 산책 정도였다. 걷기 싫었지만, 그런 마음을 억누르며 걸었다.
그렇게 한 바퀴, 두 바퀴.... 마침내 다섯 바퀴까지... 꾸준하게 걷고 또 걸었다.
꽤 오래전의 나는 별을 보고 출근했다가, 달을 보고 퇴근했다. 각박하고 치열한 삶이었다.
이제는 내 주변이 보이고, 주변의 풍경도 보이기 시작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도, 어두워져 가는 청색 하늘도, 잠자는 길 고양이도, 매일 볼 수 있는 빨간색 노을도, 그리고 왠지 모르게 같이 걷고 있는 것 같은 이름 모를 동네 아저씨의 뒷모습까지...
무거웠던 머릿 속은 서서히 비워지고, 건강하고 신선한 영감들로 채워진다.
편한 옷과 운동화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걷기.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오늘도 걷고 있는 이 시간이 너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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