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에세이

12월 2일 글쓰기 <슬픔을 보는 방법>

연꽃의 집 2020. 12. 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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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보는 방법> 

 

시력이 많이 안 좋은 나는 꽤 오랜 기간 콘택트렌즈를 사용해 왔다. 오래 낀 만큼 렌즈 사용에 실수는 없지만, 아주 가끔은 특별하게 이상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렌즈가 눈에서 빠지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어느 날 밤인가, 꽤 늦은 시각 버스를 타고 귀가를 하던 중이었다. 눈동자를 돌리던 찰나, 왼쪽 눈에서 렌즈가 튀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투명한 렌즈를 버스 바닥에서 찾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나는 금세 렌즈 찾기를 포기했다.

한쪽 눈은 선명학게 보인 채로. 다른 쪽 눈은 희미하게 보인 채로. 얼마 간의 시간을 달린다. 

이제 어지러워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마저 렌즈를 빼자. 

 

희미한 방 풍경

 

집까지 가는 동안 버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집중한다. 창문 밖의 밤 풍경을 내 희미한 두 눈으로 바라본다. 빨강, 주황, 파랑의 불빛들은 마치 불꽃놀이 폭죽의 그것처럼 환하지만, 희미하다.

평소에 보던 색채보다 희미하지만, 그 번짐이 너무나 강렬하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기뻐 보이는 누군가의 모습은 내가 가진 이 희미한 눈으로 바라봤던 모습이 아니었을까. 선명하지 않은 내 눈이, 내 마음이, 그의 슬픔을 미처 보지 못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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