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글쓰기/연꽃의 3줄 글쓰기 10

11월 18일 글쓰기 <고향길>

고향길 하얀 아카시아 꽃. 옆에는 또 하얀 아카시아 꽃.달디 달은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해 걷다 보면,어느덧 발걸음은 학교 정문 앞에.초록잎을 하나씩 따며 시끌벅적 놀이를 하다 보면,어느새 발걸음은 집 대문 앞에. 저 편 너머 무섭도록 큰 개가 짖는 소리.리듬을 타는 듯 지저귀는 새소리.달콤한 꿀을 빠는 꿀벌의 소리.포장도 되지 않은 흙길을 동생과 손을 잡고 걸어 본다. 아득해져 버린 고향길.희미해져 버린 집으로 가는 길.

11월 2일 글쓰기 <필연>

늦은 저녁, 채비를 하고 산책길을 나섰다. 비가 왔던 것일까. 바닥은 젖어있고 공기는 꽤나 상쾌하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으로 가서 마스크를 조금 내려 밤공기를 한껏 들이마셔본다. 습하기도 하고, 제법 쌀쌀해진 기운이 코를 통과해 가슴속 저기 아래까지 닿는다. 저기 저 멀리 경비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인다. 낙엽을 쓸고 계신 모양이다. 몇 시간 전에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비가 나무를 흔든 것이 분명하다. 인도에는 온통 갈색 잎들도 뒤덮어져 있다. 쌓여있는 낙엽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내가 해결하지 못 했던 고민과 걱정의 더미인 것만 같았다. 어떠한 일로 인해,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여버린 그것들은 가슴속의 자리를 전부 잠식한 것 같은 느낌이다. 가을이 되면, 마른 잎들은 순서대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10월 23일 글쓰기 <밤 풍경>

이제 제법 저녁 공기가 쌀쌀하다. 늦은 저녁을 먹고 밤 산책을 나서 본다. 엄밀히 말하면 운동이지만, 오늘은 걸음을 조금 늦춰 본다. 어둠이 하늘을 잠식한 시간이지만, 하늘은 여전히 푸른 기운을 내뿜는다. 오늘 밤에는 손톱 달이 떴다. 쩌렁쩌렁 비추는 가로등 불빛보다, 달은 고요하고 황홀한 빛을 낸다. 아파트는 이에 질세라 화려하게 밝혀지고,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 한 차들은 쌩쌩 달리고 있다. 고요하고 적막한 밤.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드는 밤. 밤의 정취에 젖어 말랑해진 가슴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10월 20일 하루 3줄 글쓰기 <갈대>

보랏빛과 핑크빛의 오묘한 조화. 아름다움을 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아. 이 순간을 잊지 않고자, 얘쁜 모습을 오래오래 기억하고자, 그렇게 다들 카메라의 셔터를 바삐 눌러댔어. 매년 딱 이 맘때쯤에만 볼 수 있다는 아름다운 핑크빛 갈대. 북적한 인파의 소용돌이 속을 뚫고 들어갈 용기가 못내 없어서, 나는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았지. 내 눈에, 내 가슴에, 그렇게 실컷 담아서, 그래서 나는, 나는 괜찮아.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니까.

10월 13일 글쓰기 <파도>

바다를 보러 간 것은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현재의 어지러운 상황을 이유로 꼼짝없이 집에서 보내게 된 시간이 많아진 요즘, 가슴이 점점 답답해져 옴을 도대체가 어찌할 수가 없어, 무작정 출발해 보기로 했다. 발이라도 담그고 싶었지만, 미처 슬리퍼나 수건 같은 것을 준비하지 못해 그저 저만치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파도는 밀려왔다가 조심히 물러남을 반복하였다. 고뇌를 밀려가는 물결에 실어 보내려했지만, 파도는 내게로 돌아왔다. 나는 또다시 고뇌를 밀어 보낸다. 하지만 파도는 다시 내게 온다. 끝이 없는 반복의 연속이다. 그렇게 놓고 오고 싶었던 고민은 해결되지 못 한 채, 집에 돌아온 이후에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날 괴롭히던 머릿 속 묵직함은 깃털이 되어 바닷바람을 타고 가볍게 날아간 것이던가. 그래서 훨씬..

10월 9일 한글날에 글쓰기.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일까. 1년을 기다려서 가게 된 꿈에 부푼 장기 휴가를 가게 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기 일쑤였다. 여기 어떻게 왔는데, 더 보고 가야지. 볼 수 있는 건 다 보고 가자. 그런데, 이렇게 힘든 여정의 여행의 과정 속에 내가 진짜로 쉴 수 있었던 순간은 아마도, 카페에 들어가 지친 발을 쉬게 하고 의자에 기대어 시원한 커피 한 잔으로 목을 축일 때였다. 그저 멍 - 하니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잠시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냈던 시간이다. 주말에도 집에만 있기만 아까워, 침대에서만 누워있기 억울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주말을 보내는 것이 처연해, 뭐라도 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시간을 보내왔다. 계획을 하고, 약속을 정하고, 북적이는 도시로 나가 본다. 그..

10월 7일 하루 3줄 글쓰기

느지막이 일어났다. 차가운 물 한 잔으로 나를 깨워본다. 물을 데운다. 티를 우린다. 베이글을 데워 한 입 베어 문다. 접시를 닦고 컵을 씻는다. 시계는 꼬박꼬박. 멈추지 않는다. 그래, 점심은 간단하게 라면이다. 후루룩, 후루룩. 김치도 없이. 국물까지 남김없이. 설거지는 잠시 미루자. 책을 펼친다. 활자에, 이야기에, 주인공에 빠진다. 점차 눈이 감긴다. 깜빡. 아차, 어느새 해가 저 편에 있다. 어제 만들어둔 카레를 데워본다. 정성스럽게 국을 끓이고, 몇 가지 찬을 꺼낸다. 음악으로 고요함을 흔들어본다. 혼자 하는 식사. 허겁지겁. 설거지 거리는 다시 쌓여만 간다.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살기 위해 먹는다. 먹기 위해 산다.

10월 6일 글쓰기 <사고의 전환>

생각 1 1. 열정만으로 되는 삶이던가.2. 가진 것, 주어진 능력, 한계를 탓하며 살아왔다. 3. 목표한 바는 항상 이루어지지 않았다.4. 뜻대로 되지 않았다. 5. 언제나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 뿐이기에, 항상 주늑들었다.6. 별을 보고 출근하고, 달을 보고 퇴근하였지만, 항상 일은 내 차지였다.7. 아무 것도 이뤄낸 것이 없는 지금의 나는 허탈하고 공허하다. 생각 2 1. 나에게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2. 가진 것, 내 능력은 미약하고, 나는 한계가 있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많다.3. 작고 세세한 많은 목표들을 달성해 왔다.4.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은 많았지만, 주변에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5. 2등도, 5등도, 100등도, 300등도..

10월 5일 하루 3줄 글쓰기

고구마는 간식과일은 후식 자꾸 밥 대신 먹으라 하니난감하네. 하얀 아카시아 꽃. 옆에 또 하얀 아카시아 꽃. 달디 달은 아카시아 꽃 향기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덧 발걸음은 학교 정문 앞에. 초록 잎을 하나씩 따며 시끌벅적 놀이를 하다 보면어느새 발걸음은 집 대문 앞에. 저 편 너머 큰 개가 무섭도록 짖는 소리. 리듬을 타는 듯 지저귀는 새 소리. 달콤한 꿀을 빠는 꿀벌의 소리. 포장도 되지 않은 흙길을 동생과 손을 잡고 걸어본다. 아득해져 버린 고향길. 희미해져 버린 집으로 가는 길.

10월 1일 하루 3줄 글쓰기

손에 닿으면 커다란 솜사탕이 되어 포근하게 만져질 것만 같았거늘 너는 하얀 연기인 마냥 이내 사라져 버리네.바람을 핑계 삼아 어디로 흘러가는 중이려나. 마지막으로 내 휴대폰 사진첩에서 너와 찍은 사진을 지워냈다. 아니,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휴지통에서 너와의 추억들을 비워냈다.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내 마음속에서 널 지울 차례임을. 엊그제는 옅은 연두색의 어린잎이었고, 어제는 짙은 청록의 강인한 잎이었다. 오늘은 예쁘도록 빨갛게 무르익은 잎이 되었고 아마도 내일은 메마른 갈색이 되어 바람에 힘없이 날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