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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글쓰기 <밤 풍경>

이제 제법 저녁 공기가 쌀쌀하다. 늦은 저녁을 먹고 밤 산책을 나서 본다. 엄밀히 말하면 운동이지만, 오늘은 걸음을 조금 늦춰 본다. 어둠이 하늘을 잠식한 시간이지만, 하늘은 여전히 푸른 기운을 내뿜는다. 오늘 밤에는 손톱 달이 떴다. 쩌렁쩌렁 비추는 가로등 불빛보다, 달은 고요하고 황홀한 빛을 낸다. 아파트는 이에 질세라 화려하게 밝혀지고,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 한 차들은 쌩쌩 달리고 있다. 고요하고 적막한 밤.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드는 밤. 밤의 정취에 젖어 말랑해진 가슴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10월 13일 글쓰기 <파도>

바다를 보러 간 것은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현재의 어지러운 상황을 이유로 꼼짝없이 집에서 보내게 된 시간이 많아진 요즘, 가슴이 점점 답답해져 옴을 도대체가 어찌할 수가 없어, 무작정 출발해 보기로 했다. 발이라도 담그고 싶었지만, 미처 슬리퍼나 수건 같은 것을 준비하지 못해 그저 저만치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파도는 밀려왔다가 조심히 물러남을 반복하였다. 고뇌를 밀려가는 물결에 실어 보내려했지만, 파도는 내게로 돌아왔다. 나는 또다시 고뇌를 밀어 보낸다. 하지만 파도는 다시 내게 온다. 끝이 없는 반복의 연속이다. 그렇게 놓고 오고 싶었던 고민은 해결되지 못 한 채, 집에 돌아온 이후에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날 괴롭히던 머릿 속 묵직함은 깃털이 되어 바닷바람을 타고 가볍게 날아간 것이던가. 그래서 훨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