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에세이/연꽃의 일상 이야기

처서 (處暑), 그 지나가는 아쉬움에 대하여

연꽃의 집 2022. 8. 2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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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가고 있다. '

 

섭씨 35도를 웃돌며 숨쉬기도 어려운 여름날이 어느새 가을에게 자리를 내 준 느낌이다. 그래서 문득 달력을 보니, 8월 23일 '처서'라고 적혀 있었다.

처서? 처서가 무슨 날이었더라?

처서의 뜻을 찾아보고자, 급히 인터넷을 찾아본다.

'곳 처, 더울 서'

 

 처서 (處暑)란?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태양이 황경 150도에 달한 시점으로,
양력 8월 23일 무렵,
음력 7월 15일 무렵 이후에 든다. 

24절기 중 14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임.

 

처서의 다음 날, 동네 공원에서

 

어제가 처서였구나!

그래서 이렇게 선선해졌나 보네. 처서가 겨우 하루 지난 오늘인데, 반팔을 입고 나간 외출에서 카디건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더울 줄 알았는데, 웬걸."

시원하다 못해, 긴팔 옷을 입고 싶을 지경이라니... 대체 언제 이렇게 여름이 훌쩍 떠나버린걸까? 

 

동네 공원에서

 

갑자기 어머니 말씀이 하나 떠올랐다. 

"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는 말씀이었다. 

날씨가 서늘해져서 맥을 못 추는 모기는 사람을 물기에 좋은 컨디션이 아니라나 뭐라나. 그래도 어젯밤 이렇게 모기에 세 방이나 물린 걸 보면, 아직 모기는 처서가 온 것을 모르고 있나 보다. 

 

어젯밤 물린 모기 세 방

 

사실 올 여름에는 우리에게 닥친 때 아닌 폭우와 더 강렬했던 폭염이 떠오른다. 얼마 전부터 피부로 느껴왔던 현상 아닌가.

기후위기가 당도했다는 걸.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 비상. 기후재앙.

그렇게 지구는 우리에게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11년 :

6월~8월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없었으나, 8월 말에 폭염이 찾아와 9월 중순까지 30도가 넘는 늦더위 현상이 일어났다. 

 

2016년 : 

7월 하순부터 처서 이후인 8월 24일까지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 최고 기온이 33~36도까지 도달하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다. 그러고 나서 8월 25일 후에야 더위가 해소되었다. 

 

2020년 : 

대서 (7월 22일) 무렵에 기록적인 장마가 찾아왔으며, 장마가 끝난 8월 12일부터 전국적으로 폭염이 늦게 찾아와 9월 3일에 해소되었는데, 이 날이 바로 태풍 마이삭이 찾아온 날이었다. 

 

동데 공원에서 힐링하며 보내는 시간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은 대구나 제주처럼 많이 더운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2주 정도가 바짝 더운 날씨였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습도가 높은 불쾌한 날씨. 덥지만 건조하면 어느 정도는 더위를 참을 만하기도 하지만, 습도가 높으면 그 끈적거림이 우리 감정을 컨트롤하기 어렵게 만들어 버리기 일쑤 아니었던가. 

에어컨을 켜는 것이 쾌적하고 시원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비법이라지만, 자칫 에어컨 때문에 지구가 더 더워지는 건 아닌가 싶어 올 여름에는 최대한 선풍기로 버텨보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에어컨이 강하게 켜진 실내에 가면 너무 추워 발을 동동 구르곤 했다. 그렇게까지 실내를 춥게 할 일일까? 

 

시원한 분수를 바라보며

 

2022년 올 해에는 폭염과 폭우. 작년보다 더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얼마 전 일어났던 폭우로 인해 지대가 낮은 강남 지역이 물에 잠겼다. 사망자가 있었고, 수해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강한 비는 과연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아니다.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이는 기후위기의 징조라고. 

 

도심에 있는 대나무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는 '개발'과 '발전'에만 목을 매고 있는 건 아닐까. 

지구가 이렇게 큰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그 시그널을 눈치 채지 못 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자멸의 버스를 탄지도 모르고 신나게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건 아닐지. 

더위가 한 풀 꺾였다는 사실보다, 더 이상 4계절이 뚜렷하지 않음에, 여름과 겨울이 점점 길어지고 있음에, 지구가 신음하고 있음에, 더 신경 쓰이고 힘이 든다.

어떻게 해야 모두가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처서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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