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엿뉘엿. 나는 뉘엿뉘엿이라는 단어가 가진 느낌이 좋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 하루의 고단함를 잠시 접어두고 집에 갈 시간.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시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이 지난 노래가 이토록 감성적인 시간. 지금이 바로 그런 시간이다. 오전 6시와 오후 6시의 공기는 확연히 다르다.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이른 아침. 덜 깬 잠을 커피로 쫓아야 하는 시간. 오전 6시. 힘들게 보낸 하루의 끝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퇴근 시간. 노트를 덮을 시간. 오후 6시. 오늘따라 해는 눈이 부시도록 벌겋다. 눈을 비비고서야 쳐다볼 수 있을 만큼. 폭발하듯이 열을 내는 주황의 빛깔은 정오의 노란 해와는 사뭇 다르다. 나는 오후 6시의 해와, 오후 6시의 시간이 좋다. 마음은 차분해졌..